웹툰 작가 후기에 나오는 콘티, 선화, 채색, 세이브 원고 - 제작 과정 용어 풀이

연필을 쥔 손을 그린 스케치
cdaltonrowe / Flickr / CC BY 2.0

웹툰을 보다 보면 매 회차 끝에 붙는 작가 후기나 휴재 공지에서 낯선 말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이번 화는 콘티를 세 번 갈아엎었습니다", "세이브 원고가 바닥나 한 주 쉬어 갑니다" 같은 문장은 웹툰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알면 훨씬 쉽게 이해됩니다. 이 글에서는 한 편의 웹툰이 완성되기까지의 순서를 따라가며, 그 과정에서 쓰이는 용어를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용어의 뜻은 작가와 제작사마다 조금씩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주세요.

웹툰 작업의 출발점은 시놉시스와 플롯입니다. 시놉시스는 작품 전체의 줄거리와 등장인물, 세계관을 간략하게 정리한 문서이고, 플롯은 이야기를 회차별로 어떻게 나눌지 짠 설계도에 가깝습니다. 연재 계약 전에 플랫폼이나 편집자에게 보여 주는 기획서에도 이 두 가지가 핵심으로 들어갑니다. 작가 후기에서 "다음 장의 플롯을 다듬는 중"이라는 말이 나오면 이야기 흐름을 새로 짜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다음 단계는 콘티입니다. 콘티는 한 회차를 어떤 컷으로 나누고, 각 컷에 어떤 장면과 대사가 들어갈지 대략적인 그림으로 배치한 밑그림입니다. 세로로 스크롤하는 웹툰은 컷과 컷 사이의 여백, 말풍선 위치가 읽는 속도와 긴장감을 좌우하기 때문에 콘티 단계에서 연출의 대부분이 결정됩니다. 콘티를 갈아엎었다는 말은 장면 구성을 처음부터 다시 했다는 뜻이며, 그만큼 일정이 빠듯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콘티가 확정되면 스케치와 선화 작업이 이어집니다. 스케치는 콘티를 바탕으로 인물과 배경의 형태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리는 단계이고, 선화는 그 위에 깔끔한 최종 선을 따는 작업입니다. 펜선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선의 굵기와 질감이 그림체의 인상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작가마다 쓰는 브러시와 방식이 다릅니다. 선화 없이 색 면으로만 그리는 작품도 있어 모든 웹툰이 같은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책상 위에서 종이에 그림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Wilfred Iven / Stocksnap / CC0

채색은 선화 위에 색을 입히는 과정입니다. 보통 인물과 사물에 기본 색을 깔아 두는 밑색 작업을 먼저 하고, 그 위에 명암과 빛을 표현하는 작업을 더합니다. 밑색은 플랫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어시스턴트가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시스턴트, 줄여서 어시는 작가를 도와 배경이나 밑색, 효과 같은 작업을 나눠 맡는 사람을 말합니다. 후기에서 "배경 어시님께 감사드린다"는 인사가 자주 보이는 이유입니다. 배경 작업에는 직접 그린 그림 외에 3D 모델이나 사진 자료를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때 쓰는 자료는 이용 조건이 명확한 것이어야 합니다. 자료로 쓸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찾는 사이트는 사진일러스트 주소모음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림이 완성되면 식자 작업을 합니다. 식자는 말풍선 안에 대사를 넣고 효과음 글자를 배치하는 일로, 글꼴 선택과 글자 크기에 따라 읽는 맛이 크게 달라집니다. 이후 편집자나 플랫폼 담당자가 오탈자와 연출을 검수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독자에게 공개됩니다. 해외 플랫폼에 번역 연재되는 작품은 이 단계에서 언어별 식자 작업이 따로 이루어집니다.

최근에는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툰이 많아지면서 각색이라는 말도 자주 보입니다. 각색은 소설의 문장을 그림과 대사 중심의 장면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원작의 긴 서술을 몇 컷으로 줄이거나 반대로 짧은 묘사를 여러 컷으로 늘리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은 각색 작가, 콘티 작가, 작화 작가가 따로 있는 분업 구조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작품 정보에 여러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습니다. 대형 제작사에서는 이렇게 역할을 나눠 여러 작품을 동시에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제 독자에게 익숙한 말인 마감과 세이브 원고를 볼 차례입니다. 마감은 정해진 연재일에 맞춰 원고를 넘겨야 하는 기한이고, 세이브 원고는 연재일보다 미리 완성해 둔 여분의 회차를 뜻합니다. 세이브가 넉넉하면 작가가 아프거나 개인 사정이 생겨도 연재를 이어 갈 수 있지만, 세이브가 떨어지면 매주 마감에 쫓기게 됩니다. 휴재 공지에 "세이브를 쌓고 돌아오겠다"는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즌제로 연재하는 작품은 한 시즌을 마친 뒤 긴 휴식기를 가지며 다음 시즌 원고를 미리 준비합니다.

이런 제작 과정을 알고 나면 작가 후기를 읽는 재미가 커지고, 휴재 소식도 조금 더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한 회차에 수십 컷이 들어가는 웹툰을 매주 완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칩니다.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정식 플랫폼에서 보고 응원 댓글을 남기는 것이 작가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연재 중인 작품을 플랫폼별로 찾아보고 싶다면 웹툰 링크모아 페이지에서 공식 플랫폼 주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웹툰 외에도 웹소설, 전자책, 일러스트 커뮤니티처럼 관련 분야의 사이트를 함께 찾다 보면 즐겨찾기가 금방 복잡해집니다. 주소월드 같은 주소모아 서비스나 링크모음 사이트를 참고하면 분야별로 정리된 공식 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직접 웹툰을 그려 보고 싶은 분이라면 작화 프로그램과 무료 브러시, 연습용 자료 사이트를 따로 묶어 두는 것도 좋은 출발입니다.

다음에 작가 후기에서 낯선 단어를 만나면 이 글의 순서를 떠올려 보세요. 시놉시스에서 시작해 콘티, 선화, 채색, 식자를 거쳐 마감에 이르는 흐름만 기억해도 대부분의 용어가 어느 단계의 이야기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용어를 정리한 페이지를 사이트모음 폴더에 함께 저장해 두면 다른 작품을 볼 때도 두고두고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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